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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초이야기 >의 설화적 내러티브를 통해서 현실의 아름다운 세상을 기원하다.

 

 

 

사랑초는 본인에게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서부터 자라온 상징적 생명체이다. 따라서 화면에서 동어반복의 조형언어로 제시되는 사랑초의 잎들은 설화나 현실까지도 내재된 기호일 뿐이다.

 

사랑초는 어머니가 키우셔서 어릴 적부터 무심히 보아온 길고 가녀린 옅은 연둣빛 줄기 끝에 세장의 검은 보랏빛 혹은 자줏빛 잎이 달린 식물이다. 그 빛깔이 처음에는 검고 어두워 음산해보이나 그 빛깔 사이로 보이는 보랏빛 혹은 자줏빛은 매혹적이어서 아름답고 신비로우며 햇빛의 여부에 따라 잎이 펼쳐지고 닫히니 마치 숨겨진 비밀이 있어보였다.

생명력 또한 강인한 이 식물의 꽃말은 ‘절대로 당신을 버리지 않아요.’이다, 본인은 이 어원을 차용하여 마이너리티minority에 대한 사랑초의 의미를 ‘절대로 당신을 버리지 않아요.’, ‘당신을 영원히 기억할게요.’, ‘당신의 평온한 보호막이 되어줄게요.’라고 해석해본다.

 

우리의 현실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사회악들이 눈앞에서 일어난다. 동시대에 살면서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사회악들이 누군가에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한다. 인간은 도덕적 이성을 바탕으로 사회를 이루어 존재해야하는데

-여기서 도덕적 이성이란 최소한의 도덕적 사회규범 안에서의 이성적인 사고와 행동을 가리킬 수 있다-어떠한 잘못된 욕망 혹은 판단으로 인해 도덕적 이성은 깨뜨려지고 이로 인해 누군가는 사회악의 제물이 되어버리고 만다.

본인은 이렇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희생되고 유기되는 마이너리티를 위로하고, 이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불안과 불만을 제시하며 다시는 발생하지 않는 이념의 나라를 상상한다. 이에 본인은 사랑초의 꽃말을 헌사하고 싶고 자연스럽게 작업의 모티브로 나타났다.

 

사랑초에 이어 작품에 등장하는 또 다른 기호는 사랑초 자매와 접동새이다. 이들은 주제에 대하여 더 서술적이고 적극적인 요소로써 존재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실존하지 않으나 마치 실존하는 것처럼 영웅, 괴물 혹은 귀신과 같은

허상을 만들어 개인의 힘으로 극복될 수 없는 현실의 불안과 불만을 투영하고, 사회악을 응징하거나 그들로부터 보호하듯이 사랑초 자매는 작가의 환상으로 탄생하였다. 작품 안에서 사랑초 자매는 썩은 바나나, 지렁이 젤리와 같은 상징적인 이미지들을 이용하여 어린아이의 얄궂은 장난으로 그 심리를 표현한다. 그리고 환상문학인 우리나라 설화에서

차용한 접동새는 한을 상징하거나 수호를 의미한다. 사랑초 안에서 접동새는 알, 집 혹은 어떠한 대상을 지킨다.

 

본인은 억울하게 희생되고 잊혀지는, 그리고 잊혀지는 것이 더 비극적인 마이너리티들을 위하여 그리고 태초에 순수했던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마치 액을 막기 위한 부적처럼 수만개의 사랑초를 번식시키듯 그리고 감싸안는다.

 

모두가 염원하는 ‘서로를 안아주는 아름다운 세상’이기를 바란다는 정서가 <사랑초이야기>를 통하여 어떻게 펼쳐 갈까가 앞으로 본인의 과제다.

 

 

 

 

                                                                                                                                                                  2014. 9. 김은영

 

 

 

​© Kim, Eun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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